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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단계 거쳐야 철커덕… 조선시대 자물쇠 지금보다 낫네 고창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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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입력 2014-03-05 03:00 수정 2014-03-0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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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동 8단 자물쇠’ 통해 본 전통과학의 비밀
백동 8단 자물쇠. 아래는 중요무형문화재 제64호인 박문열 두석장(豆錫匠·금속장식장인)이 백동 8단 자물쇠 여는 방법을 시연하는 모습. 시연한 자물쇠는 박두석장이 유물과 똑같이 만든 작품이다. 윤용현 씨 제공
순수한 우리말 ‘ㅱ므다(잠그다)’와 ‘쇠붙이’의 합성어인 자물쇠는 삼국시대부터 사용됐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녔다. 목가구나 건물을 함부로 열지 못하게 채워두는 장석(裝錫·장식이나 개폐용으로 부착하는 쇠붙이)의 일종으로, 선조들의 과학적 예술적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겼다. 국가지정문화재로는 리움이 소장한 통일신라시대 유물인 보물 제777호 ‘금동 쇄금(鎖金·자물쇠)’과 경북 김천시 직지사에 있는 고려시대 ‘예천 한천사 자물쇠’(보물 제1141호)가 있다.

자물쇠는 일반적인 ‘ㄷ’자 형태의 대롱자물쇠를 비롯해 가운데가 둥그런 함박형, 동물 모양을 본뜬 물상(物象)형처럼 생김새에 따라 다양하다. 재료는 시대에 따라 바뀌었는데, 고대에는 주로 철로 제작됐으나 조선 초·중기는 청동(구리와 주석 합금)이나 금도금을 한 금동으로 많이 만들었다. 이후 조선 후기에는 황동(구리와 아연 합금), 말기에는 백동(구리와 니켈 합금) 자물쇠가 유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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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생체인식기술이 도입될 정도로 보안방지시스템이 발전했지만, 한반도의 자물쇠도 여간내기는 아니었다. 전통자물쇠 전문가인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교육문화과장에 따르면 열쇠를 꽂아 돌리면 바로 열리는 단순한 것부터 여러 단계를 거쳐야 풀리는 복잡한 자물쇠도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다단계 자물쇠는 경남 진주시 향토민속관(옛 태정민속박물관)에서 소장한 ‘백동 8단 비밀 자물쇠’다. 백동으로 만들어진 걸로 볼 때 조선 말기 것으로 추정된다.

이름 그대로 이 자물쇠는 8단계 작업을 거쳐야만 열린다. 일단 이 자물쇠 본체는 처음 보면 열쇠 구멍이 없다. 왼쪽 꽃무늬 광두정(廣頭釘·머리가 넓은 못)을 누르고 줏대를 민 다음 오른쪽 판을 180도 회전시켜야 철커덕 열쇠 구멍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대로는 열쇠가 들어가질 않고 자물쇠 밑면 광두정 하나를 다시 밀어 넣어야 열쇠 구멍이 마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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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이 열렸다고 열쇠를 그냥 꽂는 것도 아니다. 일단 열쇠를 본체와 직각으로 만들어 끝에 ‘ㄱ’로 달린 부분만 안으로 감듯이 넣는다. 이후 열쇠를 돌려야 딱 걸리는 부분에서 쑥 들어가고, 다시 열쇠를 수평으로 90도 틀어서 천천히 밀면 그제야 고삐가 풀린다.

자물쇠 내부는 더 놀랍다. 본체를 해체해 보면 안쪽 아래 판은 배흘림 구조를 지녔는데, 가운데는 살짝 오목해서 스프링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오랫동안 사용해도 헐거워지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자물쇠 속 뭉치 역시 탄력을 부여해 열쇠를 뺐을 때 안쪽 장치가 원위치로 돌아가도록 세밀하게 조정돼 있다.

윤 과장은 “이런 복잡한 설계 구조를 지닌 자물쇠는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서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며 “정확한 합금 및 주조 기술을 지니지 않으면 제조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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